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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은씨는 4일 하루 종일 국회 정문 앞에서 혼자 비를 맞으며 앉아 노상 단식 농성을 벌였다.
ⓒ 이민우
하루 종일 비가 내린 4일 오후 비안개가 자욱한 여의도. 비가 내리는 탓인지 전경들도 최소한의 경비병력만 빼곤 철수한 상태였다. 그런 국회 정문 앞에서 웬 젊은 여자가 홀로 비를 맞으며 앉아 있다.

바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며 이틀째 무기한 노상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 김지은씨다.

고려대학교 개교 이래 첫 여성 총학생회장(2001년)을 지냈던 그녀는 이미 32일째 국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지난 1일엔 삭발도 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올해 안에 국가보안법을 폐지시켜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삭발할 거라고 전화로 엄마한테 말씀드렸더니 그냥 우셨어요. 그래서 이번에 단식한다는 건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총학생회장 할 때 한 1년 6개월 동안 수배 생활을 했는데, 그 시절의 경험으로 어머니도 크게 만류하진 않으시고 다만 울기만 하실 뿐이었다는 거다.

"학생들이 뽑아줬는데도 수배니 뭐니 하니까, 가슴 아프셨던 체험으로 국가보안법이 정상적인 법은 아니란 것 정도는 어머니도 아시거든요."

농성하면서 날마다 지하철 선전전에 참여했던 그녀는 "어떤 할아버지가 욕하고 심지어 때린 뒤 물어뜯는 걸 봤다"며 그런 게 오히려 더 국가보안법 폐지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자신하고 생각이 다르다고 빨갱이라면서 거리낌없이 폭력을 쓰는 걸 보고 생각했어요. 국가보안법의 의도대로 사람이 만들어지는구나 하고요. 그래서 정말 꼭 폐지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녀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과반수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질타했다.
ⓒ 이민우
국가보안법은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을 권력과 기득권에 순종하도록 만들고, 권력에 반대하는 주장이나 행동을 '빨갱이'로 몰아 아예 차단해 버린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도 마찬가지잖아요. 노동3권을 요구하는 공무원노조에 색깔 덮어씌우고, 비정규직이나 장애인들의 정당한 요구도 빨갱이라는 식으로 몰잖아요."

그녀의 손에 들린 커다란 손팻말엔 "무능력한 과반수 열린우리당 규탄한다"는 구호가 적혀 있다. 국보법 폐지에 결사 반대하는 한나라당을 비판하기보단 열린우리당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뜻에서다.

김지은씨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과반수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뒤, "만일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는다면 그들도 자신들이 비판하던 수구세력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며 결단을 촉구했다.

"열린우리당엔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체험하고 고문당하고 했던 세대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국회의원이 되고 권력에 가까워졌다고 폐지에 주저하며 뒷걸음질친다면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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